교육

서이초 학교장 입장문을 보고 든 생각(14년차 초등교사)

고로맨v 2023. 7. 2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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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먼저 서이초에서 내보낸 학교장 입장문을 보면서 참담하고 슬픔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일선 학교에서 학폭을 포함한 각종 민원이 발생하면 학교의 관리자(교장, 교감)분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피하고 담임 또는 업무담당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일이 있다 라는 소문을 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은 적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서이초 사태에서 전국민을 상대로 학교 관리자가 책임을 면피하려는 입장문의 내용을 보고 교사로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더욱 욕되게 하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정통신문의 의견을 하나씩 뜯어보고 그에대한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1.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입니다.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알고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학교에서 희망대로 배정되었다라는 의미는 내가 하고 싶은 학년을 선택해서 했다라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아래는 저희 학교의 업무희망서 양식입니다. 모든 학교가 이와 같은 양식은 아니겠지만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업무희망서에 따르면 초등 6개 학년이 있는데 1~6희망을 받고 있습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학년에 배정하더라도 희망하는 학년에 배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 및 학년 배정에 선생님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관리자들끼리 위와 같은 양식을 서로 공유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위 양식에 의해 6희망에 1학년을 적어서 제출했고 1학년에 배정을 받았다면 과연 희망에 의해 배정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학교를 운영하면서 모두가 원하는대로 학년과 업무배정을 하는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을 조율하고 운영해나가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여론에서 민원이 많고 노하우가 필요한 1학년에 저경력 교사를 배치했다는 비판이 일자 희망에 의해 배정된 것이라고 해명하는 것은 책임을 면하기위한 발언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2. 고인의 업무는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이다.

여기도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를 맡아 일을 하고 있었다고 되어 있고 마찮가지로 마지막 부분에 본인이 희망한 업무를 주었기 때문에 학교 측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의 해명입니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거나 또는 학생들 사이에 분쟁이 있다면 학교폭력 지도에 관한 일차적인 책임 및 업무는 각 반 담임 교사가 맡고 있습니다. 사안이 발생하거나 하려 한다면 학교폭력 담당자에게 사건이 접수되기 전에 담임이 지도하거나 학부모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는 아니다 라는 식의 해명은 부족함이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거듭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희망을 위와 같이 광범위하게 기록하게 되어있는 업무희망서도 문제이지만 업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교감, 교장 면담을 통해 기피업무를 맡게될 선생님들 설득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피 업무이지만 맡겠다고 하면 관리자들은 ‘희망에 따라 배정했다’라는 기적의 논리로 모든 것을 설명하게 됩니다. 결국엔 내가 너를 설득해서 너의 희망이 바뀌었기 때문에 희망에 따라 업무 및 학년을 배정했다 라는 기적의 논리가 완성이됩니다.

3. 학급의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

이 부분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학교에 정식 접수된 사안이 없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안이 발생하면 바로 학폭 사안으로 접수되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만 그렇게 진행될 뿐 대부분은 담임 교사가 양측 입장을 조율하고 이야기를 듣는 단계를 거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사안이 발생하지 않은 것인지, 사안을 발생했지만 정식 접수된 사안은 없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4. 3월 1일 이후 담임교체 사실이 없다.

문제가 있어서 담임을 교체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할 것이 아니라 담임의 어려움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 하고 학교장 재량으로 담임 교체를 실시하지 못 한 점이 죄송하다고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듭니다. 자칫 이 문장을 보면 학급 담임을 교체할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떤 사안이 발생해서 학급 담임의 교체를 요구해 담임이 교체되는 경우가 가끔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게되는 것은 그 반의 학생들입니다. 2월부터 짧게는 1학기 길게는 1년의 교육과정을 준비해서 담임으로서 반을 운영하게 되는데 중간에 담임이 교체된다면 교육과정 운영이 아무래도 부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교체된 담임은 급하게 구하게 된 기간제 교사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학교 사정과 아이들의 발달단계, 교육과정 준비 모든 측면에서 원 담임의 역량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담임 교사의 자질에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담임교체가 발생하게 된다면 피해를 받는 것은 그 반 학생들이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 반의 담임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담임 교체가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말 아쉬운 점은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인지했다면 선제적으로 담임 교체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안타까운 선생님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해당 문제를 파악하지 못 해서 담임교체를 못 했다면 그에 대한 사과를, 파악했지만 담임교체를 못 해준 것이라면 그에 대한 사과를 하는 문장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장의 책임

저도 교사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서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장이라면 본인이 경영하는 학교에서 가족과 같은 교사, 막내 교사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당연히 소속 교사의 안위를 살피지 못 한 학교장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일의 책임 소재를 찾기위해 유력 정치인이 누군지 찾고, 해당 학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찾고 어떤 악성 민원을 제기했는지 보다 일차적으로 학교장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입장문을 통해 본인의 희망이었다. 학폭 사안은 없었다는 등 학교측에서는 아무런 과실이 없다는 식의 입장문 내용에 큰 실망을 금치 못 하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훈육과 교권

아이들은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행동이나 사고가 미숙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회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훈육할 수 있는 수단을 없애버리고 학생들의 인권만을 높이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훈육하지 못 하면 나이가 들수록 그 문제행동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문제행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나를 제지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들면 문제행동에 대한 강화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이를 방치한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를 훈육해서 규범을 잘 지키도록 지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머지 아이들의 인권, 수업권 침해입니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한 아이를 통제하고 훈육하지 못 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그 반에서 1년간 생활하는 다른 모든 학생들은 1년 내내 큰 피해를 받게 됩니다. 문제가 심각해서 담임선생님이 병가를 쓰거나 휴직을 하시게 되는 경우가 가장 힘듭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반의 운영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에 학생들이 받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학년 시기의 사회성 문제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진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습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소중해 담임 교사에게 훈육을 받는 것이 싫고 지적을 받는 것이 싫다고 아이를 방치한다면 누가 그 아이에게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겠습니까? 앞으로 그 학생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학생 본인이 책임지면서 살아야할텐데 부모가 그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습니까? 죽을 때 까지 따라다니면서 보호하며 사시겠습니까?

간혹 ‘훈육을 한다 = 아이들에게 폭력을 쓴다’ 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예전의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많은 체벌을 받고 자라왔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훈육을 하겠다는게 폭력을 쓰겠다는 것입니까?

적어도 같은 반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지도하고 훈육하겠다는 것입니다.

현 상황은 어떠합니까? 아이에게 눈을 부릅떴다고, 큰 소리를 냈다고, 이름을 불러서 잘 못을 지적했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합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지정된 까닭이 무엇입니까?

가정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에게 감금, 폭행, 살해 등의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고 살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법이 현재 어떻게 적용되고 있습니까?

학교에서 아이들을 폭행합니까? 감금합니까? 협박을 합니까?

학교에서 교사는 아이들을 교육합니다.

교육행위를 폭행, 협박, 감금 등으로 둔갑시켜 교사를 고소하는 이 상황이 올바른 것입니까?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서 무기력한 교사들이 없는 대한민국이, 소수의 학생, 학부모들로 인해 다수의 많은 학생들이 피해보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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